isbn: 9791189653187
약 한알이 의사 천명보다 낫다. 이 문구는 약이 가진 엄청난 파급 효과를 설명한다. 의사가 환자 한 명, 한 명 순서대로 치료하지만, 약은 다수 환자를 동시에 치료한다. 비용으로 따지면 인건비와 제조물 경쟁이고, 능력으로 따지면 순차 업무와 동시 업무 차이다.
약 효과가 좋은데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갈아 넣어야한다. 실험 막바지에 폐기한 약도 많고, 판매 시점에는 효과가 탁월했으나, 나중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제약사는 소비자 보상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한다. 일단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비싼 값에 팔린다. 물질특허로 최대 20년간 독점 판매권을 보장받는다. 제약산업은 전형적인 고위험 고이득 패턴을 보인다.
소비자와 대중은 제약사가 얻는 막대한 이득을 비판한다. 그러나 제약사는 신약에서 얻은 이득으로 다음 개발비와 연구비를 충당해야 한다. 약값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발비와 실패에 대한 보험비를 적게 책정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이를 이해할지 모르겠다. 대담한 소비자만이 임상에 참여하고 결국 약효는 떨어진다.
이런 상황으로 제약사는 항상 시장에 많이 팔리는 약을 개발한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희귀병 환자에 맞는 약을 개발하기 어렵다.
이런 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약사가 인간 삶 질을 높인다는 면에서 존중해야 한다. 화이자, 바이엘 등 유명한 제약사가 아니더라도 소비자 다수가 병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 이를 치료해 줄 약을 개발한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는 개인이 풀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점이 자본주의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자본주의가 아니라면 누구도 삶 질을 신경쓰지 않았다.